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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작성 2017년 9월 19일, 네이버 블로그에서 이동됨



대선 이후 지속적으로 민주당과 국당의 합당을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는 법안 통과를 위한 150석 확보다.

최근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의 인준안 부결과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의 인준안 표류를 놓고 한때 잠잠하던 합당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과연 150석을 확보하면 개혁입법을 통과시킬 수 있을까?

국회법 제109조에 의해 모든 법안은 일단 본회의에 올라오기만 하면 150석으로 통과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역시 국민의당과 협치나 합당이 필요한가?

지난 국회를 돌이켜봐야한다.

17대부터 19대까지 여당은 150석을 확보하여 여대야소 국회를 구성했다.
18대 국회의 경우 중도·진보 진영의 몰락과 함께 여당 단독 과반은 물론이고 보수 성향 정당은 200석이 넘었다.
* 편의 상 본회의 표결에서 비슷한 목소리를 내는 정당을 범 진보, 범 보수로 묶었지만 이들을 진보, 보수로 명확히 구분할 수는 없다.



과연 여당 단독 과반을 차지한 지난 세 번의 국회는 정부와 여당이 추진한 입법과제가 순탄히 이루어졌을까? 물론 아니다.

쟁점법안에 대해서는 항상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였고 몸싸움은 국회의 트레이드마크였다.



기본적으로 쟁점법안은 본회의 전 단계인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한다.

만약 통과한다면 그 법안은 이미 원래의 모습을 잃고 껍데기만 남아있는 상태일 것이다.

잠시 법안 통과 과정을 압축적으로 살펴보자.



법안은 기본적으로 세 번의 심의를 거치는데 과반수 의석이 작동하는 구간은 본회의 뿐이다. 상임위 단계에서 각 정당의 이해가 얽히면서 법안은 난도질 당하기 마련이다.


과거 국회의 법안 통과 비율을 보자.



19대는 총 17,822건의 법안이 발의되었고 원안대로 가결된건 10% 수준에 불과하다. 이도 대다수는 쟁점법안이 아니다.

그나마 난도질 되서라도 통과된 법안도 31% 뿐이다. 60% 가까운 법안이 상임위 단계에서 처리되지 못한 채 회기가 종료되어 폐기되었다.
20대는 1년 4개월 동안 9,127개 법안이 발의되어 83.2%가 상임위 계류 중이다.

국회선진화법 이전인 17~18대 국회까지는 국회의장이 법안의 상임위 계류 기한을 지정할 수 있었다.
마냥 상임위에서 시간을 끌지 못하고 지정된 날짜가 지나면 의장이 해당 법안을 바로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이를
'직권상정'이라고 한다.
일단 본회의 상정만 된다면 단독과반을 확보한 여당은 손쉽게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이것을 '날치기'라 하고 이 과정에서 반드시 몸싸움이 일어난다.



16대 국회에서 6건이던 직권상정은 17대 29건, 18대에는 무려 99건이 처리된다.

새누리당은 이런 만행을 저지르고 19대에 과반 확보를 못할 것으로 보고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킨다.

국회선진화법은 별도의 법안이 아니라 국회법 일부를 수정한 것인데,
핵심적인 부분은 직권상정에 관한 부분이다.

◆ 제85조(심사기간)에서 직권상정의 조건을 한정
     - 천재지변, 국가비상사태, 교섭단체대표와 합의
◆ 제85조의2(안건의 신속처리)에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 시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하여 심사 기일을 한정 (330일 후 본회의 자동 상정)
     - 상임위 최대 180일
     - 법사위 최대 90일
     - 본회의 부의 최대 60일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19대 국회는 '식물국회'라는 별칭과 함께 최악의 국회로 오명을 남겼다.
99건의 직권상정을 남발하던 여당은 자신들이 만든 선진화법에 스스로 발목이 잡혀 겨우 3건의 직권상정, 그것도 여당 단독 처리를 시도한 것은 국가비상사태라는 억지주장을 내세운 테러방지법 뿐이다.
박근혜는 '제왕적 국회'라는 표현을 써가며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일을 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결국 직권상정없이 과반 의석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개혁입법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게는 스스로에게도 치명적이며 지지세력에게도 엄청난 불이익이 될 것이므로 두 정당은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저지할 것이다.

특히 실질적인 법안심사와 협상이 진행되는
상임위 구성은 최악이다.
총 16개 상임위 중 위원장 배분은 민주당 5개, 자유당 7개, 국민 2개, 바른 1개, 공석 1개이다.



그 중 핵심 상임위인 운영위와 법사위(검찰, 사법) 위원장은 자유당이다.

그 외 개혁입법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무위(공정거래), 기재위(재정),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통신요금, 언론), 교문위(사학법), 국방위(국방 전반), 행안위(지방자치법), 정보위(국정원법) 등에 모두 적폐 야당이 위원장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121석이나 150석이나 마찬가지이다.
150석을 고집하여 합당이나 협치를 운운하는건,
1. 법과 무관하게 현 상황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조급증의 발로이던가
2. 민주당에 흡수되고자 하는 국당 세력의 작업이다.

지금 당장 사법부 인사가 답답하고 의석수가 아쉽다고 야당에 굴복해선 안된다. 애당초 사법부 인사는 박근혜의 몫이었다. 현 상황은 적폐당이 깽판치는듯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가 제2의 양승태를 저지한거라 생각해야 한다. 탄핵이 늦어져 황교안이 사법부에 알박기라도 했다면 6년을 기다렸어야 할 일이다. 인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으나 눈앞의 이익을 위한 야합은 경계해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 최선을 다하고 적폐청산의 의지를 공고히 한다면 국민은 반드시 투표로 적폐를 심판할 것이다.
3년 후면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될 시점이지만 이전과는 분명히 상황이 다르다.
견고한 지지세력이 포기하지 않고 대통령을 받춰줄테고, 정의로운 사회의 염원을 담은 국민의 주권이 적폐청산을 하고자 하는 정당으로 위임될 것이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한다면 그것은 곧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이 될 것이다. 

목표는 신속처리 안건 지정이 가능한 민주당 단독 180석이다. 그 외에 적폐를 발본색원하여 청산할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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