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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작성 2017년 6월 19일, 네이버 블로그에서 이동됨
우리는 보통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누군가 대신 욕해주면 그 사람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그리고 상대도 그럴거라는 착각에 빠진다. 공동의 적을 갖는다는 동질감이 같은 편이라는 착각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있으나 그게 정치판이라면 그 가능성은 극히 낮다.
법무장관이 낙마하자 SNS 상에 수많은 후보 추천이 있었다. (물론 청와대가 그런 네티즌들의 추천을 참고할리는 없다.)
그리고 그 가운데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도 있다.
이정희 전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를 얼마나 혹독하게 몰아부쳤는지는 온 국민이 아는 사실이고 나도 그 장면을 보며 속이 시원했다. 물론 그 일로 인해 오히려 수구세력을 결집시켜 대선에서 패배하게 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법무장관이 되어 다시 한번 정치검찰을 향해 그 날카로운 칼날을 휘둘러주길 바라는 기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문재인 정부와 이정희 전 대표는 정치적 목표도 전혀 다르고 개혁의 지향점도 다르기 때문에 함께 갈 수 없다.
이러한 모습은 최근 여러 지점에서 포착된다.
대표적으로 18년간 박정희 밑에서 부역하던 김재규가 박정희 암살을 했고 자유민주주의를 외쳤다는 이유로 열사, 의사, 장군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으며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재평가 받기 시작했다.
재평가가 필요하다면 철저히 고증해서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미리 단정하여 열사 대접하는 건 너무 성급한 행동이다. 36세에서 54세까지 무려 18년의 세월 동안 독재 정권 중심에 있던 인물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라는 마음이 진심이라 해도 18년 부역의 역사를 지울 수 있을지 생각해볼 문제이며, 당시 부마항쟁 등으로 유신체제에 대한 사회적 불만이 고조된 상황이었으므로 87년 항쟁처럼 시민의 힘으로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으리란 법이 없다. 하지만 암살을 통해 독재자 한명을 제거하긴 했으나 계엄정국으로 인해 전두환이라는 새로운 독재자를 맞게 되었다.
그나마 노무현 정부를 겪으며 착각에서 빠져나온 사례도 있다. 수구세력을 비판하는 소위 진보언론이 분명히 같은 편인줄 알았는데 노무현, 문재인 두 정부에 대해 보수언론 못지않은 불공정한 보도 입장을 고수한다는 점을 자각했다. 요사이 강경화 외교장관에 대해 한경오가 이례적으로 호의적 보도 및 사설을 실었는데 이는 한경오가 수호하고 대변하는 세력의 입장이 강경화의 입각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적 지지의 형태가 아니다.
사소하게는 자유한국당의 김현아, 장제원, 바른정당의 이혜훈에 대해서도 그들이 보수야당의 당론을 거부하거나 내각 인사에 호의적이었다고 해서 민주당으로 오라던가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기득권 세력의 지지를 받고 당선되었고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들이다. 이런 입장의 원칙적인 전환이 없는 한 그들에게는 '합리적이다!', '협치의 의지가 보인다!'라는 칭찬 이상도 이하도 불필요하다.
결국 적의 적은 내 편이 아닌 경우가 많고 오히려 또 다른 적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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